계속되는 연강에도 열변을 토해내는 노교수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 없이 또렷하다. 나는 펜을 돌리며 교수의 말을 흘러 듣다가 창가에 앉은 D와 문가에 앉은 K에게 차례차례 시선을 둔다. 수강생들은 이미 지쳐 고개를 떨구고 있거나 옆에 앉은 이에게 속닥거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무료해 보이는 그 둘이지만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둘은 나...
그 날, 봄바람에 햇살이 일렁일 때, 나는 입 안 여린 살을 씹었고 빨간 우체통 앞에 서 있었다. 계절은 흐드러지게 피기도 했고 지기도 했다. 그 상실감에 철 지난 털실 스웨터를 입은 야윈 몸은 어찌나 불안의 내용에 시달렸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 올이 풀린 긴 털실은 저택의 어느 방구석 의자에 묶여 있고 뒤돌아보면 시골의 적막한 길, 저 멀리 나를 ...
- 이런 이런, 꽃이 붉은들 십일을 가나? - 져야 꽃이지.* 나는 초원에 나가 꽃 한 송이 꺾어 귀에 꽂았다. 오늘은 참 기분이 좋아. 오늘 우린 싸우지도 않았어. 그는 흑백 사진 속에 남겨진 어느 한 위대한 예술가가 지었던 심오하고 고독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르고 있다. 내가 지금 흥얼거리고 있는 콧노래는 추문처럼 그에 귓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상관없다...
됴른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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