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개무시했다. 내 모든 노력과 성의를 태생적 한계인 가난으로 재단했다. 참을 수 없다. 그런데 그가 내 삶의 목적으로 둘 만큼 가치 있는가? 어떤 이점이 있지? 자지러지듯이 붉은 꽃이 웃는듯한 저 비단 움직임. 굳어가는 검붉은 피 냄새로 썩어가는 나의 변모된 상징. 불안하고 정처 없던 나의 청춘이 고작 수전노의 동전 떨어지는 소리로 폄하됐다. .....
그 회상은 종인이 종업원에게 무심히 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로 카드를 내미는 손짓으로 시작되었다. 미처 걷지 못한 빨래 더미 사이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움직일 수 없었다. 사위를 분간할 수 없는 폭우 안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 봄날 도우미와 함께 빨래를 널었던 열여덟 소녀와 같은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눈부신 찬란에 재채기가 ...
우리는 버림 받은 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마주했다. 제 어미는 빈손으로 집에서 쫓겨났고, 쓸모가 없어진 용호를 버렸다. 용호는 병에 걸린 눈으로 스스로를 지하실에 가두었다. 그가 그 곳에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피가 싹 빠진 몰골로 비밀스러운 저주를 저미듯 내게 깊이 키스했다. 세찬 빗소리를 견디기 힘든 듯, 두 손으로 제 귀를 감싼 그는 ...
언어는 잔해처럼 너저분이 흩어져있다. 누군가, 집요하게 흩어진 잔해의 선을 그어 괴상한 모양으로 출현한다. 굽은 목뼈는 신들린 계집처럼 중얼댄다. 적격이다. .... 소생되지 못하리라. 요의와 요설.
세 번째 시집에, 나는 동굴을 발견했다. 하얗게 센 짚같은 머리칼을 가진 이의 콧속을 구경하고 싶다. 소라를 주우러 가야겠다. 자꾸만 거칠어져만 가는 숨소리를 들어야겠다. 뒤뚱뒤뚱한 나의 짝다리는 이처럼 절정만 쫓아다녔다.
스스로가 허용한 밀폐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유영했다. 어쩌다 짙은 풀내음이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한 공간에 기적적으로 풍길 적마다 저녁 노을을 등진 한 소년의 인영이 잠시 내 곁에 머물다가, 사라졌다. 모든 감각은 멍울의 형체로 존재했다. 나는 때때로 썼고, 별안간 종이에 쓰여있는 상실의 흔적을 서둘러 찢어버렸다. 꿈에서 종인은 그 흔적으로 맞추고 있...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과 철저히 감추고 싶은 마음. 그 두 증상 그런데, 쏟을 때도 감출 때도 왜 말하는 대상이 오로지 너인지에 대하여 : 그래, 그녀에게 말한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해부대에 올려놓았다. 나는 방관자가 되었고, 뒷골목 철학자가 되었고, 허풍쟁이가 되었고, 전부 아니면 무라고 외치는 치기어린 청년이 되었고, 지긋지긋한 일상을 떨치고 ...
#. 3 너를 사랑하다가 그를 닮고 말았지
# 2 지루한 건 한시도 참을 수가 없어. 그래서 원망하기로 했어. 너를. 그가 비밀스러워진다. 침묵의 초를 잰다. 저의를 파악할 수 없다. 여러 유리한 상황을 조합해 최고의 반격을 기억해낸다. ... 그의 앞에서 나는 아파한다. 그의 앞에서만 나는 약해진다. 탁상 옆의 촛불을 끈다. 침구에 떨어진 담뱃재가 자욱이 된다. 강박, 이런 순간에 시는 온다.
# 1 그는 방파제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눈이 시릴 만큼 바닷바람은 세차게 우리를 다그쳤지만 낡은 신발처럼 우리는 끝까지 스스로를 두둔할 채비를 마쳤다. 너무 추워. 눈물이 나. 흰 목의 위태로운 목젖이 허망해 나는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낮게 나는 저 새의 이름을 무엇일까. … 어디 갔다 온거야? 난 항상 네 옆에 있었어. 왜 입김이 나지 않아? 여긴 바...
호수 -2019 BGM. waiting for the sun - 첼리스트 예슬 1 나쁜 놈. 무심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놈. 우리가 연인이긴 하는 거야? 그는 내 앙탈이 귀엽다듯이 내 머리칼을 흩트린다. 여기는 칠흑 같은 밤. 옛적 호롱 불을 놓고 마주한 신랑 신부의 첫날밤처럼 우리의 그림자가 짙다. 참을 만큼 참았어. 나는 뒷벽에 고인 그의 그림자에게...
대야를 놓고 발을 담근 초여름 밤, 마루에 나란히 앉은 세훈이, 연인 같다. 물이 차갑다. 발이 물에 퉁퉁 부었다. 돌연 돋아난 소름의 수만큼 슬퍼진다. 이 밤과 내 몸통의 온도는 다르다. 그이들이 열을 내가 다 가졌다. ‘덥지?’ 땡볕에 죽은 지렁이를 무심히 지켜보았던 세훈인, 마라톤 대회에서 뛰는 이들도 이렇게 쳐다보았다. 무심히. 나는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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